2025 일 회고
Q. 일 회고를 왜 하나요?
<창작하는 아침> 동료들과 ‘1년 회고 Zine’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나의 2025년은 일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만 많이 한 게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이에 관해 느낀 것과 배운 것을 한 번 더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Q. 어떤 일을 했나요? (시간순으로)
- 1월 - 『가족에 대한 작은 진실 모음집』 편집 시작, 북 디자인 온라인 강의 수강 시작.
- 2월 - <번역 없이 공부하기> 모집 시작, <나-이야기-무대 : 독백 연기 워크숍 with 서해> 시작, 작업실 계약.
- 3월 - 『가족에 대한 작은 진실 모음집』 발행, 제주북페어 탈락.
- 4월 - <제주 북페일 JEJU BOOK FAIL!> 진행, <나-이야기-무대> 최종 발표회.
- 5월 - <수박 겉핥기 : 팟캐스트 with 숏트롱시네마>로 서귀포 진출.
- 6월 - <전주책쾌>로 육지 진출, <일상묘사 : 수필 합평 모임> 모집 시작.
- 7월 - <상반기 회고 모임> 진행.
- 8월 - <인스타그램 안 하면 정말 망할까? with 로그아웃아일랜드> 프로젝트 시작, 강소팟 스티커 판매 시작.
- 9월 - 새로운 프로젝트 없음.
- 10월 - <작은 진실 모음집 북토크 with 마음의 실루엣> 진행, 『속도제한』 선주문 시작.
- 11월 - <언노운 북 페스티벌>로 서울경기권 진출, <작은 진실 공모전 2회 : 질투에 대하여> 시작.
- 12월 - 『속도제한』 2쇄 발행, <손책만사1: 새해에 쓸 노트 만들기 with 갱지> 진행, <만재 달력전> 진행.
Q. 2025년에 진행한 프로젝트를 분석하자면? (ChatGPT ver.)
“제시된 프로젝트 목록과 작은배의 정체성만 놓고 보면, 2025년의 활동은 자기이해와 자기표현을 ‘말’이 아니라 ‘행위’로 반복한 해로 정리된다. 출판물, 글쓰기 모임, 손으로 책을 만드는 워크숍까지 모두 개인의 사고 과정과 표현 방식을 직접 다뤄보게 만드는 형식들이고,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의식은 일관돼 있다. 자기 색깔 면에서는 새로운 콘셉트를 덧붙이기보다 이미 확립된 방향을 여러 매체와 리듬으로 변주해 정체성을 희석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분명하다. 활동량 역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유지 중심이라 성실도는 높고, 다만 협업과 확장은 외부로 크게 넓히기보다는 내부 언어와 방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결과적으로 특정 분야(글쓰기·사유·손작업 기반의 창작 실천)에 집중된 해였고, 이는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작은배의 태도 기준에서는 방향을 흔들지 않은 선택으로 평가된다.”
Q. 2025년에 진행한 프로젝트를 분석하자면? (soseen ver.)
- 목록을 작성하며 가장 강렬하게 느낀 것 = 작은배를 처음 시작했던 2024년에 비하면... 여기저기 많이 쏘다닌 한 해였다. 목록에 적지 못한 여러 외주까지 추가하면 더욱더.
(1) 공간 면에서의 확장 : 집 책상 → 우리배 작업실,서귀포, 전주, 인천까지.
(2) 협업 면에서의 확장 : 작은배 → 서해, 만재, 숏트롱, 롤랜드, 지키미, 마실, 패치워크, 갱지와 함께. - 외부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외부에 직접 손을 뻗기도 하고. 이러면서 장르의 확장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2024년에는 작은배 자체 모임이 전부였던 반면, 2025년은 혼자라면 절대 꿈꾸지 못했을 일들을 마구 시도한 한 해였다.(독백 연기, 북페어 개최, 북토크 진행, 팟캐스트 제작 워크숍, 바이브 코딩 워크숍, 온라인 멘토링, 책 만들기 워크숍, 달력 전시....) 이 모든 건 우리를 불러주고, 또 우리가 손 내밀었을 때 잡아준 좋은 사람들 덕분.
- 책 만드는 재미에 신났던 한 해. 굵직한 책 두 권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작진모는 다른 작가님들과 협업했다는 점에서 뿌듯하고, 속도제한은 숙제처럼 느껴졌던 ‘강단과 소신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엮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상쾌하다. 하나하나 직접 편집하고 디자인하면서 스킬도 많이 늘었는데, 특히 페어에 들고 간 작은 Zine을 대부분 직접 인쇄하고 제작했기 때문에 가정용 프린터와 재단기로 책 만드는 능력이 상당해졌다.
Q. 일을 통해 올해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무엇인가요?
꼭 올해만의 문제의식은 아니지만.... 나와 강단이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처음으로 ‘자기이해’와 ‘자기표현’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압축해 냈다. 치지레이지부터 작은배까지. 지금껏 소개 문구를 수없이 바꾸며 방황했는데, 이 두 가지 표현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를 지켜줄 것 같다.
자기이해와 자기표현이라는 언어를 발굴한 후,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바라보는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작은배다운 삶은 이런 거예요!’를 설명하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필요한 건 뭘까?’를 생각한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행하진 못했지만)작은배 Zine 시리즈 ‘탈탈탈’이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탈중앙, 탈권위, 탈규범. 이 세 가지가 가능하다면 모두가 나 자신에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에 가까운 생각.
아무튼, 우리가 생각하는 자기이해와 자기표현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삶의 방식을 작은배만의 색깔로 제안할 방법은 무엇인지, 나를 알고 표현하는 기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은 우리가 오래도록 풀어야 할 숙제.
Q. 하지 않기로 선택한 일들은 무엇이었고, 그 선택은 옳았나요?
- 작진공을 공모전 플랫폼에 홍보하지 않기로 한 것.(결국 누군가 퍼 나른 정보로 플랫폼에 공고가 게시되기는 했지만....) 옳았던 선택인지 아닌지는 작품을 선정해 봐야 알 듯.
- 책을 만들고 대형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은 것. '많이 파는 대신, 만든 거 다 팔자' 전략으로 가게 된 계기가 됐다. 아직은 만족스러운 선택이다. 우리의 책을 사는 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볼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행운이다.
- 만재로 공공기관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하지 않은 것. 그래서 더 만재답게, 이상한 일을 많이 벌일 수 있었던 거 같다.
-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 강소팟 공개방송이 아니라, 다 함께 하나의 에피소드를 완성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 역시, 우리 걸 보여줄 때보다 같이 만들 때 더 신이 나는 나라는 사람!
- 제주북페어 떨어진 것.(이건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지만?) 어쩌면 올해 가장 큰 터닝 포인트는 제주 북페일이었을지도 모른다.
Q. 프로젝트를 하면서 반복적으로 사용한 판단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 나에게 필요한가? 기획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프로젝트여야 신나고, 명확할 수 있다. 기획자가 참여자로도 함께하며 배울 수 있는 건 또 하나의 덤.
- 기획 자체가 말을 하는가? 단순히 재미만 있어서는 안 된다. 프로젝트 소개 글을 쓸 때 할 말이 많아야 한다.
- 가장 중요한 것에 관해 고민하고 있는가? 고민이 뭉게구름처럼 커졌는데, 막상 파헤쳐보면 본질에 관한 생각이 아닐 때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에 관해서만 집요해도 충분하다.
Q. 의도치 않은 배움을 준 프로젝트가 있다면?
- <나-이야기-무대> 최종 발표회. 와 이게 되네.... 싶은 감탄. 그리고 참여자만큼 참여자의 지인들이었던 관객들이 좋아해 줘서 놀랐다. 가까운 사람의 자기표현을 보는 환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 『가족에 대한 작은 진실 모음집』 북토크.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 아니라, 대화를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형식도 재밌을 수 있구나....
- 갱지 님과 함께 한 손책만사 워크숍. 갱지님이 '앞으로 구상중에서 노트 워크숍 계속 열고 싶다'고 말했을 때, 워크숍이란 참여자뿐 아니라 진행자에게도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역시 가장 많이 배우는 건 학생이 아니라 선생이구나.
Q. 지금 다시 한다면, 구조적으로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지점은?
(아직까지는)작은배를 출판물만으로 충분히 보여줄 수 없다는 걸 북페어 나갈 때마다 느꼈다. 작은배의 정체성은 주변에 모이는 멋진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과 활동인데, 강단과 소신 두 사람이 만든 책에는 그게 다 담기지 않는다. 출판물과 워크숍/모임을 연계할 방법을 찾고 싶다.
Q. 올해의 프로젝트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규정하게 만들었나요?
글쎄... 작년과 올해의 나는 똑같았는데. 그저 조금 확신을 가지게 되었을 뿐? 작년에는 돈을 너무너무너무 못 벌어서 내심 불안했다면, 올해에는 '이대로만 가면 괜찮겠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 안정감 덕분인지 몰라도, 본질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지쳐서 조금 루즈해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추진력이 아주 좋은 1년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살짝 예스맨으로 살았던 것 같다. ‘하지 않기로 선택한 일’도 대부분 작은배 내부적 판단이었고, 외부에서 들어온 협업 제안은 거의 다 수락했다. 그만큼 작은배의 색깔과 리소스에 잘 들어맞는 제안만 들어온 것도 맞지만.(생각해 보니 신기하네!) 예전에는 ‘이게 작은배가 할만한 일인가?’ 생각하며 재고 따지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면, 이제는 ‘오 재밌겠다!’ 싶으면 일단 하고, 이 제안이 왜 내 마음을 움직였는지 나중에 판단한다. 몸을 먼저 움직이다 보니, 외연의 확장과 정체성의 구체화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를 딱딱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 아주 마음에 드는 변화다.
Q. 새해에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나요?
요즘 꽂혀있는 방향성은 ‘1:다 + 시리즈 + 외부 진행자 섭외 가능한 + 온라인 모임’이다. 올해의 배움은 대부분 외부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그 협업이 90% 이상 오프라인이다. 지속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 외부 진행자가 이끄는 작은배 온라인 모임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외부 협업을 하면 페이를 충분히 드리는 것이 도리이기 때문에, 수익을 나누는 지금의 구조를 유지한다면 소규모 워크숍/대화 모임이 아닌, 강의 혹은 토크 형식의 1:다 모임을 기획할 필요가 있겠다. 참여자의 수를 과하게 제한할 필요가 없게끔. 몇 가지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긴 한데, 이 중에 뭘 가장 먼저 추진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자기이해와 자기표현에 더해서, ‘자기학습’이라는 키워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지. 이런 질문을 계속 키우고 심화해 나가는데 공부라는 무기만큼 강력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아카데믹한 수업이나 클래스 같은 걸 열겠다는 건 아니고.... 아직 방법은 모르겠지만 머릿속에서 아이디어를 굴리다 보면 작은배만 할 수 있는 활동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새해에는 개인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다. 편집 디자인, 지류 작품, 바느질 작품.... 한 달에 하나 이상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물을 만들고 eunbiko.com에 업데이트하는 것이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