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bi Ko

3월 12일 독서일지

세 번째 <책과 나> 모임에서는 두 권의 책을 읽었고, 완독은 못 했습니다.

1. <소유냐 존재냐>
까치글방 발행, 에리히 프롬 저 / 차경아 역.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 1부까지 읽었어요. 어찌 보면 참 딱딱한 철학서인데, 왜 이렇게 재밌는 거지..? 아무래도 저의 평소 관심사와 챡!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1부 끄트머리에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서 찾을 수 있는 소유와 존재에 대한 개념이 쭉 나오는데요. 성서를 완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던 지라 (아니면 지금은 냉담인이 된 모태 천주교 신자라서 그랬을까요) 무척 재밌더라고요! 꼭 이 부분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행위(독서, 사랑, 학습, 대화 등)에서 소유적 방식과 존재적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 비교하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일에 있어서 마음이 조급해지면 '뭐라도 많이 하고 싶다. 프로그램 더 열자. 책 더 만들자...!'하고 쉽게 생각하곤 했는데, 이것이 소유적 방식이라고 하더라고요? 일을 동사가 아닌 명사 취급하고, 나에게서 분리해 소유하고, 그로부터 안심을 얻는... 평소에도 이런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많아서, 작은배 운영에 어떻게 하면 존재적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세계와의 관계에서 소유를 주형태로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쉽게 기록되어 고정될 수 없는 사상들이야말로 성장하고 변하며 따라서 다스릴 수 없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두려움의 대상이다. (p.49)

미리 대비하거나 무장하지 않고 자발적이고 생산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의 태도는 이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망각한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과 자신의 지위를 잊어버린다. 그의 자아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런 연유로 인해서, 상대방과 상대의 생각에 맞서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세울 수 있다. 그는 그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생각들을 탄생시킨다. "소유적 인간"은 자기가 가진 것에 의존하는 반면, "존재적 인간"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 기탄없이 응답할 용기만 지니면 새로운 무엇이 탄생하리라는 사실에 자신을 맡긴다. (p.55)

2. <죽을 먹어도 : 권정생 이야기 1>
아리랑나라 발행, 권정생 저.

<강아지 똥>으로 유명한 권정생 선생님의 짧은 산문을 모아둔 책입니다. 작년 인천에 갔을 때 아벨서점에서 구매했는데, 책 일러두기에 '새책방에서는 팔지 않습니다. 인터넷 주문 페이지를 확인하거나 인천 아벨서점, 신촌 숨어있는 책에서 구매하세요.'라고 적혀 있어서 놀랐어요. 두 곳 모두 제가 좋아하는 헌책방이기 때문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건 이오덕 선생님 덕분이었어요. 이전에 이오덕 선생님 책을 파고들다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라는 책을 통해 권정생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거든요. 평생 질병과 가난을 동지 삼아 시골에 살면서 집필해 오신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 '실천하는 이상주의자'라는 인식이 제 머릿속에 남아있었습니다. 이번 책을 읽으며 어떤 신념을 바탕으로 그런 일평생의 생활이 가능하였는가 알게 됐어요. 소유와 성장을 거부하고, 생명을 우선하는 삶을 강조하는 작가의 태도가 <소유냐 존재냐>의 내용과 많은 부분 이어지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임이 거듭되면서 독서에 몰입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음 <책과 나> 모임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book #da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