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bi Ko

3월 19일 독서일지

지난 <책과 나> 모임 막바지에 읽기 시작한 탈학교사회를 이어 읽었습니다. 세 시간 내리읽었지만, 쪽수로 따지면 많은 분량을 소화하진 못했어요. 어려워서요. 중간중간 계몽되는(?) 지점이 많아서 필사하느라 더 오래 걸린 것 같기도 합니다.

책 초반에는 '학교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탈학교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주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학교 그 자체를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학교라는 시스템이 사회에 가져온 문제를 인식하고 벗어나야 한다는 말인데요. 저는 평생 '의무교육'이 평등한 기회의 출발점이라고 믿으며 살았는데... 학교라는 공간이 아니라 학교라는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는 시각이 저에겐 충격이었어요. 학교와 장례 시스템, 의료 시스템을 비교하며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을 땐, 교육의 문제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거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공환성'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흥미로워서 관련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환성이란 "산업의 생산성과는 대립되는 것"으로서 "사람들 사이, 그리고 사람들과 그 환경 사이의 자율적이며 창조적인 교류"를 말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이 상호의존하는 가운데서 실현되는 개인의 자유"이다. '공환적 사회'란 그 "사회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 사회 안에 있는 모든 도구를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보증해 주는 조치가 취해진 결과 생기는" 것이며.... (p. 17)

잠재적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지식은 전문적인 가르침의 결과이며, 사회적인 자격 부여는 관료적 과정에서 이룩한 지위 여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잠재적 커리큘럼은 현재화된 커리큘럼을 상품화하여 그것을 습득하는 것 그 자체를 가장 확실한 부의 취득방법으로 한다. ... 학습에 대한 욕구를 학교 교육에 대한 수요로 전환시키고, 성장의 질을 전문가에 의해 설정된 정찰가격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은 '지식'의 의미를 친밀함이나 교제와 같이 생활 경험을 지칭하는 말에서 전문적으로 포장된 제품이나 판매물이 될 자격, 또는 추상적 가치를 가리키는 말로 바꾸는 것이 된다. 학교는 이 전환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p.34)

학습자는 장사의 요령이나 초보적인 기술을 가르쳐 줄 사람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기술을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항상 그것을 유용하게 쓰고 있는 사람이다. 전문적인 교사가 모든 분야에서 초보적인 것을 독점하고 있고, 지역사회에서 공인되지 않은 교수의 자격을 박탈하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것이 쉽게 잊혀지는 경향이 있다. 획득한 기술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정치적 목표가 된다. (p. 43)

과정과 목적이 혼동되어 있게 되면 새로운 논리가 등장하게 된다. 노력을 하면 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느니 일을 단계적으로 축적해 가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느니 하는 논리가 그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로 '학교화'되게 되면 아동들은 교수를 받는 일과 학습하는 일을 혼동하게 되고, 따라서 진급한다는 일 자체가 그만큼 교육을 더 받은 것으로 생각되고, 졸업장을 받게 되면 그만큼 능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 아동의 상상력도 '학교화'되어서, 가치 대신에 제도의 서비스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p. 53)

교육뿐만 아니라 현실의 사회 전체가 학교화되고 있다. ... 부유한 자나 가난한 자나 다 마찬가지로 학교와 병원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것들이 그들의 생활을 이끌어가고 있고, 세계관을 만들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가를 보여주고 있다. 학교와 병원 중 어느 것도 자기 자신이 자기의 치료를 하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라느니, 독학으로 학습하는 것은 신용할 수 없는 일이라느니 하고 있으며, 또 행정당국으로부터 비용이 지출되지 않는 주민 조직은 일종의 공격적 또는 파괴적 활동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 제도에 의존하지 아니하는 독립적인 활동을 회의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p. 55)

교육 기회를 평등화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바람직한 일이며, 실현 가능한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을 의무 취학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영혼의 구제와 교회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p.65)

뒤로 갈수록 밑줄 치고 싶은 부분이 늘어나는 책입니다... 얼른 완독하고 싶네요!

#book #daily